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가 로맨스와 만나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천국에서 다시 만난 노부부부터 저승사자가 되어 돌아온 첫사랑까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판타지 로맨스물들이 잇따라 시청자들을 찾았다. 한편, 연휴 기간 극장가에서는 사극 영화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대통령 내외의 발길까지 이끌었다.
천국에서 80대 아내와 30대 남편이 만난다면
지난 19일 공개된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설정부터 파격적이다. 배우 김혜자와 손석구가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는 소식만으로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김석윤 PD와 이남규·김수진 작가가 의기투합해 선보인 일명 ‘김혜자 프로젝트’다.
드라마는 80세의 모습으로 천국에 당도한 해숙(김혜자)이 30대 청춘의 모습으로 돌아간 남편 낙준(손석구)과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생전 “당신은 지금이 제일 예쁘다”던 남편의 말을 믿고 천국에서도 노년의 모습을 택한 해숙은, 정작 젊어진 남편을 마주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겉보기엔 영락없는 할머니와 손주 같은 이들의 부부 생활은 어색하면서도 애틋하게 이어진다. 여기에 의문의 여인 솜이(한지민)가 등장해 해숙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이 드라마가 그려낸 천국은 마냥 평화롭기만 한 곳은 아니다. 현실과 묘하게 닮아있는 이곳에는 ‘천국지원센터’와 ‘천국교회’가 존재하며, 규율도 엄격하다. 천국지원센터장(천호진)은 CCTV로 곳곳을 감시하고, 질서를 어긴 자에게는 경고의 의미로 ‘포도알’을 부여한다. 이 포도알이 일정 개수를 넘기면 천국에서 퇴출당해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설정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김석윤 PD는 18일 제작발표회에서 “기획 단계부터 김혜자 선생님을 염두에 뒀다”며, 기존 작업을 중단하고 이 프로젝트에 합류해 준 작가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혜자 역시 “이 작품이 나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다. 흡족한 마무리가 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저승사자가 된 첫사랑과의 버킷리스트
티빙(TVING)이 지난 3일 공개한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청춘들의 풋풋하고도 시린 감성을 자극한다. 삶의 의욕을 잃고 히키코모리처럼 지내던 희완(김민하) 앞에 죽은 첫사랑 람우(공명)가 저승사자가 되어 나타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교 시절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며 풋풋한 사랑을 키웠던 두 사람. 그러나 람우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희완은 죄책감 속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왔다. 그런 그녀에게 람우는 “일주일 뒤 네가 죽는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한다.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 희완은 람우와 함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행에 옮기며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찾아간다.
드라마는 상실의 아픔과 남겨진 이들의 죄책감을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진다. 김민하는 1일 제작발표회에서 “슬픔과 그리움에도 단계가 있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감정을 겪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길 바랐다”고 전했다. 무기력한 현재와 생기 넘치던 과거를 오가는 김민하의 연기 변신이 관전 포인트다.
이재명 대통령도 관람한 ‘왕의 간수’, 300만 돌파
안방극장이 판타지 로맨스로 물들었다면, 스크린은 묵직한 사극이 장악했다. 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의 간수(The King’s Warden)’가 올해 개봉작 중 처음으로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설 연휴였던 지난 화요일, 이재명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함께 극장을 찾아 이 영화를 관람했다. 이 대통령은 관람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한국 문화의 힘! 영화 보러 왔습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기며 기대감을 드러냈고, 이후 대통령실은 관람작이 ‘왕의 간수’임을 공개했다.
영화는 조선 단종의 유배 시절을 다룬다. 영월로 유배된 폐위된 왕 단종(박지훈 분)과 그를 지키는 마을 이장 엄흥도(유해진 분),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울림 있게 그려냈다. 비운의 왕과 민초들의 교감을 다룬 이 작품은 연휴 기간 가족 단위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